추억의 영화와 음악
90년대 왕가위 신드롬 본문
왕가위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지금은 뭐 거의 잊혀져가는 이름이 되고 있지만,
90년대 왕가위의 인기는 가히 대단했다.
소위 왕가위 신드롬, 왕가위 현상, 이라 칭해지며
아시아의 문화예술계, 나아가 전세계 문화계에 큰 영향을 주었다.
세계 영화계의 한 좌표, 였다.
1987년 그의 데뷔작 <열혈남아>는
그의 영화 중 가장 정직한 영화였다.
물론 그 영화 역시도 울림이 컸고 좋아하는 이들이 아주 많다.
그러나
역시 왕가위 현상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영화는
2번째 영화 <아비정전> 부터다.
이후 이어진 <중경삼림>, <타락천사>, <동사서독>까지
90년대 중반 한국에 소개된 왕가위의 영화들을 보며
이게 과연 홍콩영화인가, 싶었다.
뭔 영화인가 싶기도 했다.
어쨌든 분명한 건,
기존의 홍콩영화들과는 분위기가 판이하게 달랐고
뭔가 보는이을 울렁거리게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몽롱한 때깔, 감각적인 화면,
흔들리며 부유하는 청춘들,
엇갈리는 인연, 그들이 간직한 상처들,
뭔가 불안하고 위태로워 보이는 홍콩의 여러 풍경들,
거기에 곧 다가올 홍콩반환이라는 세계사적 사건이 뒷배경으로 깔린다.
양조위, 임청하, 장만옥,
장학우, 장국영, 이가흔, 금성무, 양가휘, 유덕화, 유가령, 등등
홍콩의 기라성 같은 최고 톱스타들이
자신들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보여준다.
90년대 한국 사회,
X세대니, 압구정 오렌지니 하는 담론들이 유행할 그 시절,
갑자기 등장한 왕가위의 영화들은
한국의 청춘들을 한바탕 흔들어 놓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 그랬던 것 처럼.
그런 맥락에서 보면,
90년대 한국 대중문화에서 왕가위는 확실히 일정한 의미가 있다.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에는
비오는 밤의 감성을 기가막히게 잡아내는 왕가위의 영화를 한편 다시 보고 싶어진다.
가령
맥도날드 안에서 햄버거를 먹고 나오는 여명이
밖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다가
비를 좋아하는 노랑머리 여자, 막문위를 만나는 장면이 인장적인
<타락천사>를 다시 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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