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와 음악
왕가위 영화 이야기-<화양연화> 재개봉에 즈음하여 본문
왕가위의 2000년작 <화양연화>가 재개봉되었다.
4k 리마스터링이고, 영화에 대한 왕가위의 코멘트가 추가된 것 같다.
쓸쓸한 연말, 한편으로는 더없이 잘 어울리는 선택일 것이다. 마치 이열치열의 원리처럼.
그가 한창 세계영화계의 최전선에 있던, 2000년 발표된 <화양연화>
중문학도이자 왕가위 영화의 팬이었던 나는 당연히 개봉되자 마자 극장으로 달려갔다.
그 때깔, 그 감성, 그리고 왕가위의 페르소나 양조위와 장만옥의 기막힌 인기 앙상블,
마지막 앙코르와트 사원에 선 양조위의 그 쓸쓸함까지,
영화는 이십대 후반 한창 뜨겁던 나의 가슴을 마구마구 흔들었다. ㅎㅎ
지금봐도 미장센은 뭐, 최고다. 가슴을 찌르고 들어오는 음악은 또 어떤가.
장만옥의 그 형형색색의 치파오, 다시봐도 감탄이고
포마드를 발라 머리를 올백으로 넘긴 양조위의 젊은 모습도 참 좋다.
그 잘나가던 왕가위, 이젠 예전같지 않다.
돌아켜보면, 이 영화 <화양연화>가 왕가위 영화의 정점이 아니었나 싶다.
4년 뒤 <2046>도 좋았고, 그로부터 또 10년 뒤 <일대종사>도 물론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기대에 좀 못미쳤다.
언제 또 나올지도 모르지만, 그의 신작에 이제 별 기대를 걸지 않는다.
<춘광사설>과 <화양연화>가 여러모로 정점, 이었던 것 같다.
왕가위의 모든 영화들을 다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데뷔작 <열혈남아>다.
유덕화와 장만옥, 그리고 장학우가 만들어낸 홍콩의 비장한 청춘 블루스 ㅋ
란타우섬, 정기 여객선, 공중전화 박스, 영화 속 모든 게 애틋하다.
쌍둥이 같은 <중경삼림>, <타락천사>도 무지 좋아하고.
왕가위식 무협영화인 <동사서독>도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처럼 90년대 내내 자신만의 확실한 인장을 찍은 영화들로
전세계 영화팬들을 뜨겁게 달군 왕가위 영화세계의 정점이 바로
이 <화양연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내러티브, 미장센, 그리고 음악까지.
올 봄 천카이거의 명작 <패왕별희>가 깜짝 흥행 1위를 하며
오랜만에 중국영화의 저력을 확인시켰는데,
왕가위의 <화양연화>가 연말을 장식하며
뜨거운 화제를 모을지, 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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