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들

영화도시 안양과 60년대 신필름

상하이리 2018. 8. 15. 23:01

폭염이 대단한 기세를 떨치던 며칠 전 

안양에서 동료 선생들 몇분과 만나 함께 점심을 했다. 

다들 나름대로 방학을 잘 보내고 있는 모습이 반가웠다. 

안양 예술공원 쪽 박물관 인근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는데

박물관 특별 전시관에서

<영화도시 안양이야기>라는 제목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안양이 영화도시? 도대체 뭔 말인가 싶었다. 

호기심이 생겨 들어가 보기로 했다. 

허, 찬찬히 둘러보니 

왜 안양을 영화도시로 호명했는지 알 것 같았다. 

알고보니

안양은 1957년도에 대규모 영화촬영소가 세워져

한국영화의 발전을 견인한 곳이었다. 

그리고

60년대 이후

한국영화계의 독보적 감독이었던 

신상옥 감독이 세운 영화사 신필림이 바로 안양에 있었다는 이야기다. 

허, 그런 역사가 있었단 말인가.

안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면서도,

또 영화를 좋아하고 또 만들어보려는 입장이면서도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였다. 


전시회에는

신필름이 사용하던 촬영카메라 및 영사기를 비롯

각종 관련 기자재가 전시되어 있었고

신필름, 그리고 안양촬영소에서 제작된 유명 영화들에 관련된 자료,

그리고 원로배우 황정순 여사의 여러 유품과 관련자료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흥미로웠고 또 놀라웠다. 


<마부>, <로맨스 빠빠>, <성춘향>,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연산군> 등등

60년대를 수놓았던 여러 명작들의 포스터를 마주하니 기분이 새로웠다. 

당시 시나리오도 전시되어 있었다. 


60년대는 한국영화의 황금기로

수많은 영화들이 제작되고 사랑받던 시대였다. 

기라성 같은 명배우들이 배출되던 때였고

그 중심에 있던 감독이 바로 신상옥 감독 아니던가. 


그러고 보니

8, 90년대 많은 청춘 스타들을 배출한 명문 예고가 또 안양예고였다는게

안양의 그런 역사와도 연관이 있는 것이었나 보다. 


그날 집에 돌아와

부모님께 전시회에서 본 60년대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했더니

당신들이 젊은 시절에 본 여러 편의 영화이야기를 하며

재밌어 하셨다. 하하

이렇게 영화는 추억을 환기시키는 강력한 매개다. 

내 부모님의 청춘을 다시 불러오는, 신상옥의 영화들,

김승호, 최은희, 황정순, 신영균 등등의 배우들. 


날씨가 좀 선선해지면

부모님 모시고 한번 더 가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