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영화들

벼랑 끝으로 몰리다 <메이드 인 홍콩>

상하이리 2018. 7. 2. 11:25

어제 즉 7월 1일자로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지 21년이 지났다.

홍콩 시민들이 대규모로 시위에 나섰다는 기사를 접했다.

작년 20주년때도 그러했지만 홍콩인들의 불안과 불만은 줄지 않는 모양새다.

생각보다 훨씬 빠르고 강력하게

중국 정부의 홍콩 개입이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재,

홍콩의 앞날이 어떻게 전개될지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1997년 홍콩 반환을 전후하여

여러 홍콩 감독들이 홍콩의 정체성과

홍콩의 변화, 미래에 대해 파고드는 작업을 했는데,

그중 대표적인 감독이 바로 푸르트챈,

보통화로는 천구어, 감독이었다. 

그는 

<리틀 청>, <메이드인 홍콩>, <그해 불꽃놀이는 유난히 화려했다>라는

소위 반환 3부작을 선보였고,

반환 후에도 

<두리안 두리안>, <홍콩에는 할리우드가 있다>와 같은 영화로

반환 후의 홍콩을 진지하게 관찰했다. 


 오늘은 <메이드 인 홍콩>에 대해 조금 이야기해보려 한다. 

푸르트 챈은 이 영화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고, 반환 후 첫번째 걸작,

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저예산 독립영화에, 우리가 아는 배우들이 나오지 않음에도

영화가 주는 울림은 만만치 않았고

설득력이 있었고, 안타까움이 있었다. 


이제 막 20살이 된 청년 차우는 공부에 취미가 없어 일찌감치 학교를 그만두었다.

아버지는 가족을 버리고 집을 나갔고 엄마와 사는 차우,

아버지를 증오하지만 동시에 아버지의 부재에 상처받는다.

그가 하는 일은 조직의 심부름, 뒷골목에서 일수 돈을 받아주는 것이다. 

어느날 차우는 동네 애들에게 놀림받는 아롱이란 아이를 도와주게 되고

아롱은 자연스레 차우의 꼬붕이 된다. 

아롱은 산이라는 소녀의 유서를 주워온다. 그녀는 학교 남자선생과의 관계 때문에 투신 자실한 소녀,

차우는 유서를 보고 환영에 시달딘다.

차우는 수금을 하러갔다가 핑이란 여자애를 만난다. 

그녀는 신장이 좋지 않아 하루빨리 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황, 차우는 그런 그녀를 좋아하게 된다. 

정신연령이 낮은 아롱, 시한부 핑, 차우는 그들을 위해 열심히 돈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보스의 청부살인 제안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차마 총을 쏘지 못하고

조직의 보복들 당해 의식불명에 빠진다.

몇개월 후 가까스로 의식을 찾지만 모든게 파탄나있다.

아롱은 조직의 심부름을 하다 죽고, 핑은 병원비가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해 죽었다.

차우에게 남은 건 절망과 복수심,

그가 할수 있는 일은 보스를 찾아 죽이고, 핑을 따라 떠나는 것뿐...


요컨대 <메이드 인 홍콩>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비정한 사회에서

고통 받는 우울한 젊음에 관한 영화이자,

동시에

닥쳐온 불안한 현실 속에서 부유하는 홍콩을 은유하는 영화다. 


드라이하고 우울한 영화의 정조와 다르게

중간중간 보이는 실험적인 화면들은 역설적으로

홍콩을 낭만적이고 아름답게 느껴지게 한다. 

그런 효과는 현실의 슬픔을 극대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