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그 음악

지성과 감성 겸비, 동물원의 노래들

상하이리 2018. 4. 25. 14:15

라디오에서 동물원의 옛노래 <시청앞 지하철 역에서>가 흘러나온다.

노래는 단숨에 시간을 거슬러 당시의 추억들을 환기시킨다.

1988, 89, 90, 나의 고교시절을.

 

동물원의 노래들은

풋풋하면서도 뭔가 사색을 불러일으키는 가사가 좀 남달랐던 것 같다.

소위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 어디쯤 존재하는 듯한 느낌,

다시 말해 때묻지 않은 순수함도 있고,

풋풋하면서도 진지한 면도 있는 것이, 일반적인 대중가요와는 좀 달랐다.

맴버들도 당시 대학 고학년쯤 되는, 20대 중반의 청년들이었고.

 

10대 후반의 나에게 동물원의 노래는,

말하자면 20대 청춘들의 삶이 어떤것인지를

어렴풋하게 알려주었던 것 같다.

<거리에서>, <변해가네>, <시청앞 지하철역에서>, <혜화동>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등등

주옥같은 가사와 감성적인 멜로디가 잘 어울린, 멋진 곡이었다.

단순히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는 게 아니라,

인생과 청춘과 추억과 감성을 노래하고 있지 않던가.

아마 그들의 노래는

당시 청춘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김광석의 예의 그 쓸쓸한 음색이 돋보이는 <거리에서>

김창기의 아마추어 같은 풋풋한 목소리,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그들은 젊디 젊은 청춘들이었는데,

가사나 분위기는 다소 좀 어둡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허허

세상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이들의 조숙함, 같은게 좀 느껴진다.

 

나중에 대학에 들어가 자주 다니게 된 시청역도, 혜화동도 별 느낌도 없는 곳이었지만

고교시절 동물원의 노래를 통해 상상 속에 가늠해 보는 시청과 혜화동은

뭔가 비밀스러움, 혹은 슬픔이 감춰진, 감성적인 공간처럼 느껴졌다. 하하

그렇듯 동물원의 음악들은 나의 10대 때 감성을 키우는데 도움을 준 것 같다.

 

동물원, 지금 들어도 좋다.

지금은 물론 그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40대 중반의 중년은

잠시 10대 후반의 청춘시절로 돌아가본다.